
[웹이코노미 김영섭 기자] 우리는 여러 이유로 동사무소나 주민자치센터, 구청 등 각종 공공기관을 찾는다. 이 때마다 민원 서식의 어려운 용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우리 국민이 치러야 하는 ‘시간 비용’을 계산해 봤더니 2021년 기준 연간 1952억원이란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는 2010년 연간 170억원에 비해 무려 11.5배 늘어난 것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어문화원연합회(회장 김미형)에 따르면 이 기관이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에 의뢰해 수행한 '공공언어 개선의 정책효과 조사연구' 결과와 2010년 ’공공언어 개선의 정책 효과 분석’ 연구결과를 비교한 결과에서 이렇게 분석됐다.
어려운 공공언어로 인한 시간 비용
왜 10년전보다 10배 이상 늘었나
2010년 연구는 어려운 공공언어로 인해 발생하는 시간 비용을 중심으로 경제적 가치를 추정했다. 대민 행정업무의 추가 소요시간, 어려운 용어에 대한 검색 시간 등을 나타내는 시간비용을 추정한 것이다.
민원 서식의 어려운 용어로 인한 시간 비용 증가와 마찬가지로 정책 용어의 어려움에서도 시간 비용은 크게 늘었다. 두 조사 결과를 비교하면 정책 용어의 어려움에 따른 시간 비용은 2010년 연간 약 114억원에서 2021년 연간 753억원으로 7배 가까이 폭증했다. 약관·계약서류의 어려운 용어에 따른 시간 비용은 2021년 연구에서만 추정됐으며 연간 791억원으로 도출됐다.
㈔국어문화원연합회는 시간 비용 증가의 원인에 대해 먼저, 어려운 공공언어 경험 횟수의 증가를 들었다. 민원 서식은 2010년 연간 0.8회에서 2021년 연간 4.5회로 증가했다. 정책 용어의 경우 2010년 연간 3.0회에서 2021년 연간 5.4회로 늘었다. 또 만 19세 이상 성인 인구수 증가, 시간당 임금 증가도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공언어 범위가 확대되고 디지털 매체의 보급이 보편화하면서 국민이 공공언어에 접근할 기회가 많아진 언어환경이 시간 비용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공공언어 어려워질수록
국민 ‘심리적 스트레스’ 높아져
2021년 연구에서는 어려운 공공언어 때문에 발생하는 국민의 심리적 스트레스 지수를 조사했다. 심리적 스트레스는 ‘답답하고 불편함’, ‘무시하는 기분’, ‘피로감’, ‘위축됨’, ‘당혹스러움’, ‘불안감과 상실감’ 등으로 구분해 조사했다. 국민은 어려운 공공언어를 경험할 때 평균보다 높은 수준(5.4점)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적 스트레스 지수는 ‘1점 전혀 느끼지 않음 ~ 9점 매우 많이 느낌’의 9점 척도로 설정됐다.
심리적 스트레스는 고령자일수록 심리적 스트레스를 크게 느낀다고 응답했다. 나아가 민원 서식이나 안내문, 법령을 비롯해 약관이나 계약서 등에서 어려운 공공언어를 경험하는 횟수가 많을수록 심리적 스트레스가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부적으로 답답하고 불편함(6.0점), 피로감(5.9점), 당혹스러움(5.7점), 위축됨(5.4점), 불안감과 상실감(4.8점), 무시하는 기분(4.4점) 순으로 심리적 스트레스가 높았다. 불편함과 피로감은 약관이나 계약서가 어려웠던 경험이 많아질수록 늘어났고,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위축되는 감정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결과는 기존 조사되지 않았던 공공언어 개선과 국민의 심리적 스트레스 간의 관계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공공언어 개선 정책이 일반 국민의 삶의 질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언어사용 환경변화 공익적 기능 고려
"공공언어 개선, 연간 3375억원 경제적 효과"
앞서 2010년 연구는 어려운 공공언어로 인해 발생하는 시간 비용을 중심으로 경제적 가치를 추정했다. 이는 공공언어 개선에 따른 언어 사용 환경변화의 가치를 제시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2021년 연구는 공공언어 개선의 공익적 기능의 가치를 추정해 조건부 가치평가법을 활용했다. 이에 따라 공공언어의 공익적 기능을 고려해 처음으로 ’공익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추정했다. 아울러 최근 공공언어의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를 반영해 민원 서식을 비롯한 정책 용어, 안내판, 약관 및 계약서 등에 사용되는 언어를 포괄해 분석했다.
조사결과 어려운 공공언어를 개선하면 연간 3375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공문서, 언론 용어, 민원 서식 등의 공공언어의 종류마다 공익적 기능을 발굴하고,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꾸준한 개선 활동을 펼친다면 공공언어의 공익적 가치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 2021년 과제를 수행한 연구 관계자는 "2021년 6월 국어기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공공기관 등이 작성한 공문서 등’을 매년 평가하겠다는 정책은 높이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공공언어 개선을 위한 다양한 분야의 폭넓은 언어 정책의 필요성과 범국민언어문화개선, 언론의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 등의 민간 활동을 꾸준히 지원해야 한다”고 정책 제언을 했다.